[논평] 동물에게 고통 전가하는 구제역 살처분 방식 바뀌어야(2016.2.1)

살처분 작업 중 성난 돼지가 용역 작업자에게 덤벼..

동물에게 공포와 고통 전가하는 살처분 방식 바뀌어야

 

질병 통제 목적으로 동물을 죽일 경우 사용되는 방법은 동물을 즉사시키거나 사망도달까지 계속 의식이 없도록 해야

돼지가 작업자를 공격했다는 것은 동물이 불안과 공포를 느꼈다는 반증이며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고통 초래

의식 두절 및 축사 내 살처분 후 매몰 등 인도적 살처분 방식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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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뉴스1)

지난해 721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제역 위기 단계를 주의에서 관심으로 낮췄다. 2014년 12월3일부터 2015년 4월28일까지만 총 17만2천7백98 마리의 돼지와 소, 사슴 등이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뒤였다. 2014년 7월23일부터 8월6일까지 발생한 구제역으로 살처분 당한 2천9마리의 돼지들까지 포함하면 2014년과 20152년동안 구제역으로만 모두 17487 마리의 동물들이 희생됐다.

올해 111일 구제역 위기 단계는 다시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됐다. 전북 김제에 소재한 돼지 농장에서 구제역이 확진 됐기 때문이다. 김제에 이어 고창에서도 구제역 발발이 확진됐고 전국엔 방역 비상이 걸렸다. 2016년을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확인된 구제역으로 1월에만 총 1842마리의 돼지가 살처분 됐다. 이처럼 구제역은 종식을 모르는 채 가축 생매장 트라우마를 남긴 2010년부터 해마다 안타까운 동물 희생이 되풀이 되고 있다.

 

그럼 살처분 방식은 조금 나아진 걸까. 구제역이 심각했던 20101월부터 20114월까지 인간 동물은 총 3535792 마리의 비인간 동물을 대거 생매장하는 방식으로 살처분을 진행했다. ‘예방적 살처분’이란 개체 자체의 감염 여부와 무관하게 농장 위치의 구제역 확진지로부터의 반경 거리 기준에 입각한 것이었다. 당시 예방적 살처분 방침에 따라 동물들은 의식이 또렷한 상태에서 산 채로 땅 속에 묻히는 식으로 생매장 됐다. 포크레인에 떠밀린 돼지들이 구덩이로 굴러 떨어졌고, 많은 몸들이 닥치는 대로 쌓여가던 구덩이 속에서 그들 각각은 형언할 수 없는 공포와 고통을 경험하며 죽어갔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예방적 살처분의 범위를 최소화해 양성 판명된 개체 혹은 해당 개체와 같은 축사를 썼던 가축에 대해서만 살처분이 진행됐다. 하지만 방역상의 이유로 올해부터는 최초 발생 농가의 경우 해당 농가 전체의 우제류 가축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당국이 밝힌 살처분 방식은 이산화탄소(CO2) 주입에 의한 집단 안락사 뒤 매몰이었다. 매몰 구덩이에 동물들을 묻기 전 안락사용 구덩이를 따로 파고 그 안에 돼지를 약 100여 마리씩 가둔 뒤 상부를 비닐로 덮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했다는 것이다. 안락사용 구덩이에서 사망하거나 의식을 잃은 것으로 사료된 돼지들은 매몰 구덩이로 이동됐다. 이런 식으로 2016년 들어 현재까지 1만8백42마리의 돼지가 살처분 됐다.

 

○ 당국은 ‘생매장’ 없이 안락사 후 매몰을 진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살처분 과정에서 동물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한 최선의 조치가 취해졌는지 의문이다. 동물들로서는 안락사용 구덩이에서 겪었을 공포가 과거 생매장 당시 매몰 구덩이에서 겪었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돼지들은 여전히 구덩이 속에서 죽음을 예감하며 생존 본능을 가진 존재로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는 공포의 시간을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돼지 안락사에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는 건 신생아에 대해서만 허용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통한 안락사 방법이 기절에 다다르기까지 매우 천천히 유도되고 이 과정에서 돼지에게 극도의 혐오감을 불러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세계동물보건기구는 이산화탄소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돼지의 신체를 고정하도록 권하고 있다.

100여 마리 돼지가 산 채로 들어간 구덩이를 비닐로 덮고 가스를 주입한다고 했을 때 치사 유효농도 도달시까지 걸렸을 시간과 그로 인한 공포, 여러 마리 돼지들의 절박한 몸부림을 생각하면 이번 살처분 방식이 부적절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안락사용 구덩이에서 수많은 돼지들이 정말 절명했는지, 기절 상태에서 산 채로 매몰된 돼지가 없는지 확인할 방법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에 따르면 질병 통제 목적으로 동물을 죽일 경우 사용되는 방법은 동물을 즉사시키거나 사망에 이를 때까지 계속 의식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의식 두절이 즉각적이지 않다면 의식을 잃도록 유도하는 과정이 혐오적이지 않아야 한다. 동물에게 피할 수 있는 근심, 통증, 스트레스, 고통 등을 야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번 구제역 살처분 과정에서도 1842마리의 돼지들은 구덩이 속에서 집단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또한 돼지들은 안락사용 구덩이가 있는 곳까지 돼지몰이를 통해 스스로 걸어가야 했다. 김제는 확진 농가로부터 10m 거리에, 고창은 30m 거리에 안락사용 구덩이가 있었다. 인도적 살처분 방식이 뒷받침 되었더라면 동물들에겐 차라리 축사 내 살처분 후 사체 이동이 훨씬 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한편 지난 1월16일 고창에서 살처분 작업을 진행하던 조모씨가 돼지에 받히는 사고도 일어났다. 큰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은 다행이지만 돼지가 작업자를 공격했다는 것은 동물이 불안과 공포를 느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번 살처분 방식이 충분히 인도적이었는지 동물의 시선에서 되짚어 보아야 한다는 얘기다.

 

인도적 살처분 방식에 대한 국내 규정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른 농림축산식품부 고시 ‘구제역 방역실시요령’에는 ‘동물복지’라는 용어가 딱 한번 등장한다. 4장 정기 백신접종 실시 유형의 환축 발생시 방역요령에서 살처분 등 조치를 담은 제1824목에 살처분은 가축방역관의 감독하에 동물복지 측면을 최대한 고려하여 실시하며 … …’ 정도로 선언적으로 언급돼 있는 것이 전부다. 기준이 없는 이상 동물의 고통 측면은 긴박한 상황에서 우선 고려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 뻔하다. 살처분 방식에 따른 고통은 그렇지 않아도 곧 목숨을 잃게 될 동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백신접종 미실시 유형의 환축 발생시 방역요령에는 동물복지 측면을 고려한 살처분에 대한 선언적 규정마저 빠져있다.

가축전염병에 대한 당국의 대응은 2011년 생지옥을 방불케 하고 많은 문제가 뒤따랐던 생매장 사건 이후 백신을 적극 활용하여 예방적 살처분의 범위를 줄이는 등 조금씩 변하고 있다. 하지만 공장식 축산이 구조적으로 만연한 가운데 구제역과 같은 가축전염병은 종식될 기미가 없어 보인다. 살처분 방식 또한 동물의 고통 면에서는 과거 집단 생매장 방식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더이상의 고통이 동물에게 전가되어서는 안된다. 의식 두절 및 축사 내 살처분 후 매몰 등 인도적 살처분 방식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때다.

 

 

201621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